【길 위의 사물들】#10 들여다보기(3) - 【道ばた観察記】#10 覗いてみること

Dec 18, 2023

#길 위의 사물들 #道ばた観察記 #CULTURE #SEOUL

Written by Jisun

들여다보기 🔍 覗いてみること🔍

길에서 마주하는 사물은 일상 가까이 존재하며 삶의 모양을 드러냅니다. 익숙한 사물도 길에서 보면 낯선 느낌이 듭니다. 계속 보고 있으면 ‘왜 여기에 있는지' ‘어떻게 쓰이는지' 호기심이 생깁니다. 이야기는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찾아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그곳에 있던 이야기를 발견하고 나와 마주해 숨겨진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道ばたで出会うものは、身近な場所に存在し、人生の模様を浮き彫りにします。見慣れているものでも、道ばたでばったり目が合うと、まさに今初めて見たもののように新しく感じ、そのモノたちをじっとみていると、なぜここにあるのか、どう使われているのか気になります。物語は作り出すものでもあるけど、探し出すものでもある。最初からそこにあった物語を見つけ、自分と向き合い、誰も知らない物語を見つけ出してみたい。


의자(椅子)

우리는 의자에 앉아 일하고, 공부하고, 글을 쓰고, 밥을 먹고, 생각에 잠기고, 음악을 듣고,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잠에 들기도 합니다. 의자는 꼿꼿이 서 있기도 하고, 쓰러지기도 하고, 포개어지기도 하고, 목마를 태우기도 하고, 부서지기도 합니다. 시를 읽다가 ‘의자’라는 표현이 나오면  반갑습니다. 혼자 사물을 바라보던 제 옆에 시인이 다가와 함께 바라보고 이야기를 나눠주는 것 같아서요. 앉는다는 기능을 가진 의자를 바라보니 의자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고,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私たちは、椅子に座って仕事や勉強をしたり、文章を書いたり、ご飯を食べたり、たそがれたり、音楽を聴いたり、くるくる回ったり、眠ったりもする。椅子は、立っていたり、倒れたり、重なったり、肩車をしたり、壊れたりもする。詩を読んでいる時、「椅子」という言葉が出てくると、嬉しくなります。一人でモノを眺めていた私の隣に詩人がそっと近づいてきて、一緒に眺めながら会話をするような気分になるから。座るという機能を持つ椅子を眺めていると、たくさんのことが感じ取れて、またなんでもできる存在だと思えるようになります。

길에서 보는 사물 중 의자만큼이나 사람이 떠올려지는 게 있나 생각이 듭니다. 그 정도로  의자는 사람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집, 학교, 사무실, 카페, 식당, 대중교통 등 하루의 시간 대부분을 의자에서 보내기 때문일까요? 의자에는 사람이 새겨진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의 다양한 모습만큼이나 의자도 어쩜 이리 가지각색인지. 특정한 사람이 떠오르기도 하고, 발견한 장소에 따라 이 의자에서 어떤 사람이 어떤 시간을 보낼지 머릿속에 장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道ばたで見つけるものの中で、椅子ほど、人を思い出させるモノはないと思います。そのくらい椅子は、人ととても似ています。家、学校、仕事場、カフェ、食堂、公共交通機関など、一日の多くの時間を椅子で過ごしているからでしょうか。椅子には、人が刻まれているとも感じます。人もそれぞれ違うように、椅子もそれぞれ違う。特定の人を思い浮かべる時もあれば、見つけた場所によっては、どんな人がどんな時間を過ごしているのか、頭の中でその場面を想像したりもします。


얼굴이 떠오르는 의자들

顔が浮かんでくる椅子たち

・・・

1. 갈색 나무 의자 - ブラウンの木の椅子

고요하게 앉아 가을의 정취를 즐기고 있다.  静かに佇んで、秋の景色を楽しんでいる。

・・・

2. 파란색 사무용 의자 -事務用の青い椅子

왠지 사춘기 시절이 떠오른다. 책상에 자주 앉아 있었는데 무슨 생각으로 있었는지 기억은 잘 안 난다. 어디로 향하고 싶은지 방향은 희미한 채, 밤낮으로 공부해도 나아지고 있는 건지 잘 몰랐던 시절이었다.  

なんだか思春期を思い出す。机によく向かっていたけど、何を考えていたのかは覚えていない。どこに行きたいのか、その向かい先はおぼろげで、四六時中勉強するけど、良くなっているとは感じられない時期だった。

・・・

3.귀여운 어린이 의자 - 子供用の可愛い椅子

붙여놓고 보니 남매 같기도 하고 형제처럼 보인다. 나에게는 여동생이 둘 있는데 어렸을 때는 서로 미워하고 할퀴고 성질내다가도 돌이켜보면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였고 마음이 가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서로 때리거나 할퀴지는 않고 좋아하는 감정이 더 많아 다행이다.   

写真を並べたら、女兄弟や男兄弟みたい。私には二人の妹がいるけど、子供の頃はお互いよく憎みあったり、引っ掻いたり、癇癪を起こしたりしていた。でも、今思うと長い年月を一緒に過ごした友であり、思いを寄せる人だった。今は、お互い殴ったり引っ掻いたりしないし、お互い好きな感情の方が大きいので、とても良かったなと思う。


・・・

4.동네의 터줏대감 의자 - 町の古株の椅子

왼쪽 사진은 부모님이 사는 동네에서, 가운데 사진은 한옥이 많은 종로구의 오래된 동네 누상동에서, 오른쪽 사진은 길가에 있는 정자 옆에서 찍은 사진이다. 정자에는 할아버지들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 어르신들이 자주 사용하는 의자는 왠지 모르게 시간이 눅진하게 묻어 있는 듯하다.

左側の写真は、親の住んでいる地元で、真ん中の写真は、韓屋の多い古い街である鐘路区の樓上洞で、右側の写真は道ばたにあった東屋の隣で撮った写真です。東屋ではおじいさんたちが囲碁をやっていた。お年寄りがよく使っている椅子は、なんだか深くて濃い時間が、張り付いているようにも感じる。

・・・

5. 일터 밖의 의자 - 仕事場からはみ出た椅子

한동안 경복궁 근처에서 일할 때 신문발행소 앞을 자주 지나쳤다. 위의 두 의자는 그때 발견했다. 볼 때마다 의자의 위치나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고 옆에 다른 의자가 놓여 있었다.  어깨가 뻐근하도록 일하다가 잠깐 밖에 나와 바람을 맞으며 이 의자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했다. 의자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지만, 쉼을 주기도 하는 고마운 사물이다.

ある時期、景福宮の近くにある会社に勤めていた時、新聞発行所の前をよく通っていた。一番上の椅子の写真は、その時見つけたもの。見るたび、椅子の位置や方向が変わったり、隣に違う椅子がおいてあったりしていた。肩が凝るくらい仕事している最中、少しだけ外に出て、風に当たりながらこの椅子たちがどんな表情をしているのか気になった。椅子は、仕事ができるようにもするが、癒やしを与えもするありがたいモノだ。

서울시청 근처에 있는 구둣방 주인 아저씨와 의자.  ソウル役場の近くにある靴の修繕屋のおじさんと椅子


・・・

6. 이야기를 나누는 의자 - 会話する椅子

나란히 놓인 의자를 보자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동네 주민들이 언제든 편하게 들를 수 있는 슈퍼나 주민센터, 주차장 앞에서 발견하기 쉽다. 요즘은 재개발로 골목이 사라지고 아파트가 생기는 바람에 흔히 발견할 수 없지만, 어쩌다 발견하면 가만히 미소가 지어진다. 

並んでいる椅子を見ていると、なんでもないくだらない会話を交わす人たちを思い出す。住民たちがふらっと入れるスーパーや、役所、駐車場などの前でよく見かける。最近は再開発で路地がなくなり、そこにマンションが建てられ、なかなか見かけなくなったけど、たまに目に入るとそっと微笑んでしまう。

경서슈퍼 앞 의자에서 할아버지가 잠시 쉬고 있다.  キョンソスーパーの前にある椅子で、おじいさんが休んでいる。

・・・

7. 짊어지고 있는 의자 - 背負っている椅子

내게 기대어 언제든 쉴 수 있는 의자가 되어주고 싶다. 하지만 내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감정이나 고통을 준다면 피하고 싶다. 또 내가 누군가에게 말로, 행동으로, 표정으로 짐을 주지 않았나 생각도 든다. 이제는 가능하면 가벼워지는 쪽으로 향한다.  

私自身が、いつでも頼れて休める椅子になってあげたい。でも、自分が背負えないくらいの気持ちや苦しみならば避けたい。私が誰かに、言葉や振る舞い、表情で負担をかけているのではないかと思う時もある。今は、できる限り身が軽くなる方へ向かうようにしている。

・・・

8. 혼자 있고 싶은 의자 - 一人でいたい椅子

사람들과의 관계가 가끔 버거울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투명 망토 같은 걸 입고 아무도 나를 모르게 유유히 움직이고 싶다. 그렇지만 잊히는 건 싫은 이중적인 마음. 그런 마음이 비닐이 씌워진 의자에서 보이는 것 같다. 

たまに人との関係を重く感じる時がある。そうなると、透明マントのようなものにくるまれて、だれにも気づかれないように、のんびり動き回りたい。でも、その裏では自分のことを忘れないでほしいという、また違う気持ち。そんな気持ちがビニルを被っている椅子から覗き見える。

・・・

9. 좌절하는 의자 - 挫折する椅子

완전하게 엎드린 것도 아니고, 기대 있는 것도 아니고 살짝 엎어져 있는 모습이 꼭 좌절하는 순간을 담은 것 같다. 당장 해결되는 일이 아니면 마음이나 기운이 꺾인 채로 지낸다. 누군가 세워줄 때도 있지만, 스스로 일어서야 단단하게 지속할 힘이 생긴다.  

完璧にうつ伏せになったり、寄りかかっているのではなく、ちょっとだけ前のめりになっている姿が、なんだか挫折してしまった瞬間を表しているよう。今すぐ解決できることではなかったら、心が折れたり、元気がないまま過ごす。誰かが起こしてくれる時もあるけど、自分で起きたときこそ、しっかり続ける力が湧いてくる。

・・・

10. 인연의 끈이 달린 의자 - 縁の糸がついている椅子

보이지 않는 운명의 붉은 실이 서로의 새끼 손가락에 묶여 이어진다는 이야기를 믿는다. 그렇지 않고서야 수많은 사람 중에 어떻게 당신과 내가 만날 수 있을까? 반드시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타나는 걸까?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그 사람일까? 

見えない運命の赤い糸が、お互いの小指に結ばれ繋がっているという話を、私は信じている。そうでなければ、数えきれないほど存在する人の中で、どうやってあなたと私が出会えるのだろう。会うべき人は、必ず現れるのだろうか。今、私の隣にいる人が、その人なのか。


Previous
Previous

【슬기로운 한드 생활】제10화 ‘슬기로운 한드 어워드 2023’ - 【賢い韓ドラ生活】第10話 “賢い韓ドラアワード2023”

Next
Next

【하마미의 로케벤 일기】제9회 일본인의 마음은 생선구이에 있다 ‘요요기우에하라 긴베’ - 第9回  日本人の心は焼き魚にあり「代々木上原 金兵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