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사물들】#9 들여다보기(2) 오래된 텔레비전, 종이비행기, 인터폰을 가려주는 그릇 【道ばた観察記】#9 覗いてみること(2)古いテレビ、紙飛行機、インターホンを守る器

Sep 14, 2023

#길 위의 사물들 #道ばた観察記 #CULTURE #SEOUL

Written by Jisun


들여다보기 🔍

우리는 사물로 둘러싸인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길에서 마주하는 사물은 일상 가까운 곳에 존재하며 삶의 모양을 드러냅니다. 익숙한 사물이어도 길 위에서 보면 낯선 느낌이 듭니다. 계속 보고 있으면 ‘왜 여기에 있는지'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게 됩니다. 이제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 죽은 사물과도 같지만 관심을 기울이고 몰입하는 순간 사물은 새로운 생명을 얻습니다. 이야기는 만들어 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찾아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그곳에 있던 이야기를 발견하고, 나와 마주해 숨겨진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길 위의 사물들>이 품은 작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여다보기'에서 펼쳐봅니다.   


覗いてみること🔍

私たちはものに囲まれた世界に生きています。道ばたで出会うものは、日常に近い場所で存在し、人生の模様を浮き彫りにします。見慣れているものでも、道ばたでばったり目が合うと、まさに今初めて見たもののように新しく感じます。そして、じっとみていると、なぜここにあるのか、誰がここに置いたまま行ってしまったのか、気になって覗いてしまう。もうこれ以上使われることもないので、死んでいるも同然。けれど、それに興味を持って夢中になる瞬間、ものは新しい命を得られる。物語は、作り出すものでもあるけど、探し出すものでもある。最初からそこにあった話を見つけて、自分と向き合い、誰も知らない物語を取り出してみる。「道ばたのモノたち」の小さくて密かな物語を「覗いてみること」から広げてみます。


오래된 텔레비전

이 낡은 구형 모델의 텔레비전 사진은 2015년도에 찍었습니다. 이 사진을 계기로 지금까지 길 위의 사물을 포착하고 기록해왔습니다. <길 위의 사물들>의 시초가 되는 이 텔레비전을 처음 봤을 때, 조금 쓸쓸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이 장소는 제가 살던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고, 재개발 중이라 건물을 다 허는 중이었습니다. 지금은 이 자리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습니다. 저는 태어났을 때부터 독립하기 전까지 쭉 같은 집에서 지냈고 그 집에는 여전히 부모님께서 살고 있습니다. 동네는 오래전부터 재개발 지역으로 논의되고 있어요. 허물어져 가는 집과 쓰레기 더미 사이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텔레비전을 보며 저 현장이 어쩌면 우리 집의 모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공간에서 지내며 접촉하고 농밀한 시간을 보낸 사물들이 사용하던 사람이 떠나 쓸모를 잃어버리고 결국에는 그 안에 담긴 기억들 또한 언젠가는 사라져 버린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공허해집니다. 

古いテレビ

この古くて旧型のテレビの写真は、2015年に撮影したものです。この写真をきっかけに今まで道ばたのものたちに注目し、記録してきました。「道端観察記」の第一号になるこのテレビを初めて見つけた瞬間、すこし寂しい気持ちになりました。ここは私の住んでいた家から遠くない場所で、再開発が行われていて、建物の取り壊しも進んでいました。今はもう新しい団地になっています。私は生まれた時から一人暮らしを始める前まで、ずっと同じ家で暮らしていました。そして、その家には今も両親が暮らしています。地元は随分前から再開発区域になり、様々な議論が行われてきました。だから、壊れかけている家々とゴミの山の間に、ぽつんと置かれていたテレビをみて、これが私の家の姿にもなるかもしれないと思いました。ずっと一つの場所に置かれて、つながり、濃い時間を過ごしたモノたちは、今まで使っていた人の元から離れると、その用途をなくし、その内側に積み重ねてきた記憶もいつかなくしてしまう。そう思うと、心が虚しくなります。

이건 저의 오래전 기억입니다. 어렸을 때 텔레비전은 세상과 연결해 주는 유일한 통로였습니다. 요즘 나오는 텔레비전은 두께가 얇지만, 옛날에는 사진처럼 몸집이 컸어요. 네모난 상자의 모양을 해서인지, 어른들은 텔레비전을 자주 보면 바보가 된다면서 ‘바보상자’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어린 저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바보상자’였습니다. 집 앞에 있던 비디오 대여 가게에서 그 당시 유행하던 애니메이션 비디오를 빌려 텔레비전과 연결된 비디오테이프 플레이어에 넣고 보았던 일, 매주 일요일 아침 8시에 시작하는 <디즈니 만화 동산>을 보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꾸역꾸역 텔레비전 앞에 앉은 기억도 나고요. 전파가 잘 잡히지 않을 때는 텔레비전의 몸체를 탁탁 두드리면 ‘치이익' 소리를 내며 다시 화면이 나오기도 했지요. 여러분은 오래된 텔레비전을 보면 어떤 기억이 떠오르나요?  

これは私の昔の記憶です。子供の頃、テレビは世の中と繋げてくれるただ一つの通路でした。最近のテレビは薄いけれど、昔は写真のように大きかったのです。四角い形をしていて、大人たちはテレビを頻繁に見るとバカになると言いながら、テレビのことを「バカになる箱」とも呼んでいました。でも、幼い私には世界で一番おもしろい「バカになる箱」。近所にあったレンタルビデオ屋で、当時流行っていたアニメのビデオを借り、テレビに繋がっているビデオプレイヤーで再生して見たり、毎週日曜日の朝8時に始まる「ディズニー漫画園」を見るため、眠い目をこすりながら起き上がり、どうにかテレビの前に座っていた記憶もあります。電波が悪い時は、テレビの胴体を叩くとジジジと音を出し、もう一度画面が出たりもしていました。皆さんは古いテレビを見ると、どんな記憶が思い浮かびますか。


어디서 날아왔을까, 종이비행기

길에서 종이비행기를 보면 여러 장면이 떠오릅니다. 골똘히 종이를 접는 모습, 종이비행기를 날릴 때의 표정 등. 종이비행기를 떠올리면 누가 두고 가거나 흘린 게 아니라 어디서 날아왔다고 생각하게 되니까 어떤 사연으로 여기에 있게 되었는지, 누가 날렸는지 궁금해집니다. 지금은 종이로 비행기를 접을 일은 별로 없지만 어릴 적 놀거리가 많이 없던 시절에는 재미있는 놀잇거리였습니다. 종이비행기를 접어 창문 밖으로 날려 비행기가 어떤 모양으로 날아가는지 지켜보거나, 누구의 종이비행기가 더 멀리 가는지 시합하며 놀았지요. 


どこから飛んできたのだろう、紙飛行機

道で紙飛行機が目に入ると、いろいろな場面が頭に浮かんできます。集中して紙を折る姿、紙飛行機を飛ばす時の表情など。紙飛行機のことを思うと、誰が置いていったか、なくしたのかではなくて、どこから飛んできたのかなと思います。どんな事情があってここにあるのか、誰が飛ばしたのか。今は紙飛行機を折る機会は減っています。けれど、今より遊べるものが少なかった子供の頃は、楽しい遊びでした。紙飛行機を折って、窓の外に飛ばし、どんな風に飛んでいくのか眺める。誰の紙飛行機が遠くまで飛んでいくのか競う。そうして遊んでいました。


종이비행기에 마음을 담아 날려 보낸 적이 있나요? 풍등을 띄워 소원을 빌고, 액운을 쫓기 위해 연을 날리는 것처럼 사물에 마음을 담아 떠나 보내는 일은 어딘가에 가닿기를 바라서겠지요. 빠르고 정확하다면 비행기가 훨씬 나을텐데 왜 종이비행기일까요?  천천히 마음을 담아 접어 종이에 생긴 자국은 사라지지 않고 오래 남습니다. 손에 쥔 종이비행기가 떠나는 모습을 보면  점점 자라나는 마음을 내 것으로 두지 않고 초연해질 수 있을까요? 날아가는 종이비행기를 보며 부디 잘 착지해서 가닿기를 바라면서도 ‘이제 떠나보냈으니 나도 더 이상 어쩔 수 없어. 운명에 맡기겠어’ 하며 훌훌 털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요? 종이비행기에 실어 보내는 마음을 담은 노래 한 곡을 소개합니다. 1992년도에 발표한 이연경의 <종이비행기를 타고 간 사랑>인데요. 가을이 시작되는 지금과도 잘 어울리는 노래네요. 

紙飛行機に気持ちを込めて飛ばしたことはありますか?願い事を込めてランタンを飛ばしたり、厄祓いのためタコを飛ばすように、ものに思いを込めて送ることは、どこかに届いてほしいから。早くて正確なことを求めるなら飛行機の方が断然いいのに、なぜ紙飛行機なのでしょうか。ゆっくり思いを込めて折った紙の折り目は、長く残って簡単には消せません。手に握っていた紙飛行機が離れていく姿を眺めていたら、どんどん大きくなる心を自分のものにしないで、超然としていられるのでしょうか。飛んでいく紙飛行機を見ながら、無事に着地して届いてほしいと願いながらも、「もう私から離れてしまったからしょうがない、運命に任せる」と思い、むしろスッキリできるのでしょうか。紙飛行機に気持ちを乗せて送る。そんな気持ちを歌った曲を紹介します。1992年にリリースされたイ・ヨンキョンさんの「紙飛行機に乗っていってしまった恋」です。秋が始まる今の時期によく似合う曲です。

 

‘날아서 가버린 나만의 사랑을

세월이 흘러도 잊기는 힘들어

저 하늘 너머로 찾아가 보지만

찬 바람에 실려 떠나가 버렸네’


”飛んでいってしまった自分だけの恋を

時間が流れても忘れることはできない

あの空の向こうに探しに行ったけど

冷たい風に乗って立ち去ってしまった”


인터폰을 가려주는 그릇

길을 걷다가 눈길을 사로잡는 것 중의 하나는 집 대문입니다. 아파트나 빌라에서 볼 수 없는 오래된 단독 주택의 대문은 소재나 생김새가 다양한 데다 문에 달린 인터폰의 형태나 편지함 생김새가 다 제각각이어서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습니다. 사진 속 집은 대문의 윗부분이 뚫려 있어 비를 막기 위해 인터폰에 일종의 차양막을 설치했습니다. 지붕이 생긴 인터폰을 보니 아늑해 보이기도 하고, 군용 모자를 쓴 것처럼 늠름해 보이기도 합니다. 옥빛 도자기 그릇은 무엇을 담기 위한 용도였을 수도 있고 무언가를 보관하기 위한 뚜껑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그릇의 용도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지금 그릇은 어딘가에서 눈과 비로부터 인터폰을 보호해 주는 멋진 지붕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インターホンを守る器

道を歩く時、特に目に入るものとして、人家の門があります。団地やマンションでは見られない、昔からある一軒家の門は、素材や形も様々。そして、それについてあるインターホンや郵便受けもいろいろな形をしています。それを見ているだけでも本当に楽しい。写真の家は、門の上の部分が空いていて、雨に当たらないように、インターホンにひさしのようなものを設置していました。屋根のできたインターホンは、なんだか心地よさそうで、軍人の帽子を被ったように凛々しくも見えます。薄い緑色の陶磁器は、何かを入れるためのものや、何かを保管するものの蓋だったかもしれません。器の使い方はどこまで可能だろう。今も器はどこかで雨と雪からインターホンを守りながら、素敵な屋根として過ごしていま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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