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레모네이드. 夏とレモネード

Aug 29, 2023

#여름과 책 #夏と本 #CULTURE #SEOUL

Written by Hana

참 신기합니다. 조금씩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저도 모르게 마시고 싶어지니까요. 깔끔한 것을 원하는지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입이 먼저 주문하거나 편의점 냉장고에서 자연스럽게 꺼내는 저를 발견하면 절기가 아니라 제 몸이 느끼는 여름이 왔구나 하고 알게 됩니다. 그건 바로 레모네이드. 최근에는 여름에도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일이 많아 전보다 마시는 횟수는 줄었지만, 지금도 저에게 여름의 시작과 끝은 레모네이드입니다. 

本当に不思議です。お天気が日に日に蒸し暑くなってくると、無性に飲みたくなる。さっぱりしたものがほしい上に、頭より口が先走って注文したり、コンビニの冷蔵庫から自然と取り出す自分にふと気づくと、暦ではなく、自分の体で感じ取る夏が来たなとわかる。そうさせてくれるもの、それはレモネードです。最近は夏でも温かいコーヒーを飲むことが多く、前よりは飲む回数が減ったけれど、今でも私にとって夏の始まりと終わりはレモネードです。

절기는 가을을 가리켜도 뜨거운 햇살이 살을 파고들던 날, 오랜만에 서촌에 있는 카페 m2k로 향했습니다. 사실은 보고 싶은 전시가 있어 서촌에 갔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오픈 시간이 되어도 갤러리 문이 굳게 닫혀 있었어요. 그래서 다음에 다시 와야겠네 하면서 조금 기운이 빠진 상태로 찾은 카페였습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커피와 레모네이드 사이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조금 달랐던 점은 평범한 레모네이드가 아니라 생크림이 올라간 레모네이드였다는 것. 그럴 때 있지 않나요? 예상했던 대로 일이 잘 되지 않았을 때 이상하게 평상시와는 다른 것을 선택하고 싶어질 때. 뭔가 비툴어지고 싶어진다고 할까(웃음).

暦では秋が始まっているけど、暑い日差しが体に染み通っていた日、久しぶりに西村のカフェ「m2k」へ向かいました。実は、気になっていた展覧会があって見に行ったのですが、なぜだか時間になってもギャラリーは閉まったまま。また今度リベンジしようと思いながらも、少し落ち込んでカフェに入ったのです。蒸し暑いお天気だったので、コーヒーとレモネードの間で少し迷いましたが、レモネードを注文。いつもとは少し違っていたのは、普通のレモネードではなく、生クリーム乗せのレモネードだったことです。たまにそんな時、ありませんか。予定していたことがうまくいかなかった日は、いつものことから少しはみ出してしまいたくもなる。なんだかムキになるっているか。笑

음료의 정확한 이름은 레몬 크림 소다. 그런데 조금 후에 나온 음료를 보고 살짝 당황했습니다. 얼음이 가득한 긴 잔에 레몬 조각들이 들어 있고 그 위에 생크림이 올라간 레모네이드를 상상했는데 실제로는 레몬도 얼음도 없는 자그마한 잔에 생크림이 듬뿍 올라간 음료였거든요. 처음 본 순 간 아, 평범한 레모네이드로 할 걸 생각하면서, 쫀쫀한 생크림을 살짝 떠 먹었는데 응? 느끼하지 않고 맛있네? 음료와 함께 마셨는데 어? 괜찮은데? 얼음이 없으니 여름에도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저에게 알맞게 좋았고 마지막까지 진하게 마실 수 있었어요. 신맛도 단맛도 상쾌함도 시소 위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잡고 있었습니다.

その飲み物の正式な名前は、レモンクリームソーダ。しばらくして運ばれてきたものを見て、少し戸惑う。氷いっぱいの長いコップにレモンが浮いていて、その上に生クリームがのっているレモネードを想像したけれど、実際は、レモンも氷も入ってない小さなコップに生クリームたっぷりの飲み物だったのです。見た瞬間、あ、普通のレモネードにすればよかったと思いつつ、もちもちの生クリームを一口食べてると、あれ、さっぱりして美味しい。飲み物と少し混ぜて一緒に飲んだら、意外と行けるかも。氷が入ってなかったので、夏にも温かいものを飲む私にちょうど良かったし、飲み切るまでずっと濃厚。酸っぱさも、甘さも、さっぱりさも絶妙なバランスでシーソーの上に乗っていました。

이날 가방 안에 들어 있던 책은 작년에 샀다가 잊고 있었던 『여름의 피부』와 얼마 전에 샀던 『여름밤 열 시 반』이었습니다. 두 책 모두 하얀 표지에 파란 글씨가 들어간 책이에요. 『여름의 피부』는 파란 그림과 아트라이터인 지은이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 그리고 『여름밤 열 시 반』은 여행 도중에 살인사건이 일어난 마을에서 태풍으로 하룻밤을 보내게 된 한 여자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이 한여름의 나른함과 미지근한 비의 눅눅함처럼 여성의 시선을 따라 느리게 펼쳐집니다. 이 두 책은 에세이와 소설로 장르는 다르지만, 책을 쓴 사람도 책 속의 주인공도 모두 여성이어서 그들의 시선을 통해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 같았어요. 

저의 독서 습관은 그때그때 기분에 맞추어 여러 책을 동시에 읽는 것.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오랫동안 읽는 편이라 완독하기 어려워 이제는 좀 바꾸고 싶은데 잘 안 되네요(웃음). 어쨌든 레모네이드가 바닥을 드러낼 때까지 두 여성의 시선을 왔다 갔다 하면서 여름의 오후를 보냈습니다. 

この日、カバンの中に入っていた本は、去年買ったのにすっかり忘れていた『夏の肌』と、この間買った『夏の夜の10時半』。2冊とも白い表紙に青い文字が書かれている本です。『夏の皮膚』は、アートライターさんによるエッセイで、青い絵たちと著者の話が綴られている。そして、『夏の夜の10時半』は、私としては珍しく小説。旅行の途中、殺人事件が起きたある村で嵐のため一晩過ごすことになった一人の女性とその周りの人たちの話です。一晩で交差する人々の気持ちと出来事が女性の目線で、真夏のだるさや生ぬるくて湿っぽい雨のようにゆっくり繰り広げられます。この2冊はエッセイと小説でジャンルは違っていたけど、本を書いた人も、本の中の主人公も全て女性で、彼女たちの目線を通じて描かれているのが、共通点でもある。

私の読書習慣は、その時々の気分に合わせていろいろな本を同時に読むこと。なので、一冊の本を読み終わるまで結構時間がかかってしまうので、今はちょっと変えたいなと思いますが、なかなか直らない(笑)。とにかくこの日も、レモネードを飲み干す間、二人の女性の目線を行き来しながら夏の午後を過ごしました。

『여름의 피부』에서는 이런 문장이 나와요. 우리는 몸으로 계절을 살며 저마다의 몸이 다른 것처럼 계절을 살아내는 방식도 수천 가지라고. 제가 여름을 나는 방식은 어쩌면 레모네이드일지도 모르겠네요. 저의 올 여름 마지막 레모네이드는 언제일까요? 벌써 마지막을 생각하다니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계절의 시작과 끝을 함께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니 그런 아쉬움조차도 기다림이 되겠지요. 다시 맞을 레모네이드의 계절을 지금부터 조금씩 꿈꿉니다. 그것이 설령 싫어하는 계절이라 하더라도.

『夏の肌』には、こんな文章が出てきます。私たちは体で季節を生きている、それぞれの体が違うように季節の乗り越え方もみんなそれぞれだと。私の夏の乗り越え方は、もしかしたらレモネードかもしれない。今年最後のレモネードは、いつになるだろう。もう最後のことを考えるなんて、少し寂しい気持ちにもなる。でも、ひとつの季節の始まりと終わりをともにできる何かがあるからこそ、そんな寂しささえも楽しみに変えられる。また訪れてくるレモネードの季節を今から夢見る。それがもし、嫌いな季節だとしても。


INFORMATION

m2k

서촌에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지기 전인 2008년부터 자리하고 있는 카페이다. 사진작가가 운영하는 카페여서 그런지 내부에는 멋진 사진이 많이 담겨 있다. 매장에 놓여 있는 가구는 모두 빈티지 가구. 한 곳에서 오래동안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느껴지는 편안함이 묻어나는 곳이다.


まだ西村にひと足がまばらだった2008年にオープンしたカフェ。写真家が営んでいるカフェだからか、感覚のいい素敵な写真が壁に並んでいる。お店においてある家具はすべて店主が集めたヴィンテージ家具。一つのところで長く続いているからこそ感じられる居心地のいいカフェ。


영업시간: 매일 12:00-21:00 / 営業時間:毎日12:00-21:00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17 / 住所:ソウル特別市 鐘路区 紫霞門路10キル 17

Previous
Previous

BOOK <이상하게 그리운 기분 - 나의 도쿄와 너의 서울을 말할 때면> <なんだか恋しい気分 -ソウルと東京と私たちの話>

Next
Next

【슬기로운 한드 생활】제9화  명조연 아저씨들【賢い韓ドラ生活】第9話 名脇役なアジョシた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