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씨앗을 모아가면서. 喜びの種を集めながら

May 20, 2024

#CULTURE

Written by Maki (Tokyo)

언니, 잘 지내요?

도쿄는 이제 완전히 초여름 날씨예요. 장마가 시작되기 전 잠깐 맛볼 수 있는 기분 좋은 계절이에요.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사이, 오랫동안 침체되었던 내 마음도 드디어 나아져서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어요. 

지난 편지에서 일상의 여러 순간을 알려주어서 고마워요. 읽으면서 이상하게 나도 그런 순간들에 이끌려 같이 웃고 있더라고요. 일부러 힘든 시간을 모으기보다 손이 닿는 곳에 있는 작은 기쁨의 순간을 조금씩 모아서 쌓아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オンニ、元気にしてますか?

東京はすっかり初夏の気配です。梅雨前の、束の間の最高に気持ち良い季節のはじまり。あちこち動き回っているうちに、長らく沈みがちだった私の心もようやくほどけて、少し軽くなってきました。

この前のお手紙で、日常の色々な瞬間を教えてくれてありがとう。読みながら、何だかつられて私も笑顔になっちゃった。そして、わざわざ辛い瞬間を集めるよりも、手に届く場所にある、小さな喜びの瞬間を少しずつ集めて積み重ねていきたいな、と思ったよ。

지금, 에비스의 카페에서 편지를 쓰고 있어요. 정말 기분 좋은 날씨. 今、恵比寿のカフェでお手紙を書いています。とても気持ち良い天気。

그나저나 요즘에는 바깥 날씨가 참 쾌청해서 살포시 감도는 신록의 냄새를 맡으면 자연스럽게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그러자 문득 어렸을 때 학교에서 집으로 향하던 긴 하교길, 길가에 핀 잡초를 꺾어서 걸었던 일 같은 게 떠올랐어요. 그저 우아하게 꽃을 꺾는 그런 게 아니라 뜯어서 던지거나 맛을 보거나 했으니 아주 아이다웠지요. 그런데 그때 맡았던 냄새, 촉감, 맛까지 새록새록 떠올라요. 잡초의 줄기는 살짝 짜기도 하고 시거나 달기도 하면서 다양한 맛이 나요(혹시나 해서 말해두지만 지금은 당연히 맛은 보지 않아요. 웃음) 그 순간에 느꼈던 것이 분명 지금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참 신기해요.

しかしこの頃は外が本当に気持ちよくて、ふわりと漂う新緑の匂いを嗅ぐと、ついついご機嫌になってしまいます。ふと思い出すのは、幼い頃の学校からの長い帰り道、道端の雑草を摘んで歩いたこと。単に摘むなんて上品なものではなくて、ちぎって投げたり味見したり、実に子供らしいふれあい方だったけど、あの時の匂いや手触り、味までもが、ありありと浮かんでくる。雑草の茎って、少ししょっぱかったり、すっぱかったり、甘かったり色んな味がするんですよね。(今じゃさすがに味見はしませんよ、念の為言っておくけど。笑)あの瞬間に感じていたものが、確かに今につながっているみたいで不思議です。

이런 기후를 좋아하는 건 식물들도 마찬가지죠. 예전에 편지에 썼던 우리집 만손초(잎에서 싹을 내서 증식해가는 생명력 왕성한 식물)는 그 이후에도 쑥쑥 커서 지금은 내 키만큼 자라 최근에는 꽃까지 피었어요. 그 모습에 깜짝 놀랐어요! 겨울 추위에 잎이 많이 떨어졌는데도 생명력이 아주 대단해요. 씨를 심어 키운 아보카도는 지금 2미터 이상 커서 곧 있으면 천장에 닿을 듯해요(어떻게 하죠). 몇 년 째 키우고 있는 미모사나 올리브는 처음으로 꽃을 피웠고, 카모마일도 매일 끊임없이 꽃을 피워요. 민트도 무성해져서 자주 따주어야만 하지요.

今の気候に喜んでいるのは、植物たちも同じ。以前お手紙に書いた、我が家のハカラメ(葉っぱから芽を出して増えていく生命力旺盛な植物)は、あれからすっかり大きくなって、もう私の身長くらいの高さになり、最近は花まで咲かせました。これにはびっくり!冬の寒さでかなり葉が落ちてしまったのに、さすがの生命力です。種から育てていたアボカドは、今や2m以上に成長して、もうすぐ天井につきそう(どうしよう)。育てて数年になるミモザやオリーブは初めて花を咲かせ、カモミールの花も毎日次々に咲いてきます。ミントもどんどん茂るから、こまめに詰まないといけない。

만손초 꽃. 범종 모양이라서 처음에는 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꽃이라고 하더라고요. ハカラメの花。釣鐘形で 一見花とは思わなかったんだけどこれがそうなんですって。

베란다의 카모마일. 하얀 꽃이 귀여워요. ベランダのカモミール。白いお花がかわいい。

천장까지 닿을 듯한 아보카도. 天井まで届きそうなアボカド。

얼마 전 비가 오는 날에는 이상하게 아침부터 기운이 없어서 기분 전환을 해야겠다 싶어 네즈미술관에 갔어요. 붓꽃 그림이 담긴 그 유명한 <연자화도병풍> 전시를 이때 꼭 보고 싶었거든요. 그 병품 그림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마음을 빼앗긴 것은 <요시노다쓰타도병풍>이라는 작품이었어요. 17세기에 그려진 작품인데 작가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어요. 큰 병풍을 캔버스 삼아 구석구석 그려져 있던 것은 흐드러지게 핀 벚꽃들. 나도 모르게 말을 잊고 멈추어 서서 한동안 바라보았어요. 옆에는 그와 대조적으로 나라현 다쓰다강의 단풍을 담은 병풍이었어요. 누가 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아름다운 계절의 순간을 눈여겨보고 평면에 담아낸 그 아름다움에 대한 집념에 그저 압도되었어요. 정말 아름다웠죠. 설마 병풍을 보고 눈물을 글썽일 날이 올 줄이야.

정원에 나오니 한가운데에 있는 연못에는 이슬비에 젖은 제비붓꽃이 조용히 피어 있었어요. 참, 얼마 전에 언니에게 보낸 소포 안에 제비붓꽃 손수건을 넣었잖아요. 미술관 숍에서 멋있다고 생각해서 샀는데 실은 내 것도 다른 디자인으로 샀어요. 내 것은 조금 더 차분한 디자인인데, 몰래 쌍으로 맞추었지요.

この間の雨の日は、なんだか朝から元気がなくて、気分転換に思い立って根津美術館に行ってきました。かの有名な「燕子花図屏風」がその時の目玉の展示。それももちろん素晴らしかったのだけど、何より心奪われたのは「吉野龍田図屏風」という作品でした。17世紀、作者不詳。大きな屏風をカンバスに、隅々まで描かれていたのは、春爛漫の桜、桜、桜。思わず言葉を失い立ち止まり、しばらく眺めてしまいました。隣には、対となる竜田川のモミジの屏風。誰が描いたのか、いっとう美しい季節の瞬間に目をこらして、それを平面に閉じ込める、その美への執念みたいなものにただただ圧倒されてしまいました。あぁ美しかった。まさか図屏風を見て涙を流す日が来るなんて。

庭園に出ると、中央の池には、霧雨に濡れた燕子花の花が、ひっそりと咲いていました。そうだ、この間オンニに送った荷物の中に、燕子花のハンカチが入っていたでしょう?ミュージアムショップで素敵だなと思って買ったんだけど、実は私もデザイン違いで買っていたの。私のほうは渋いデザインだけど、こっそりお揃いです。

아주 잠깐 즐길 수 있는 기분 좋은 계절. 되도록 하늘을 보면서 햇살을 맛보고 작은 즐거움의 씨앗을 주으면서 지내고 싶네요.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그렇게 품고 지내요. 우리 둘다. 그럼 다음 편지에서 만나요. 

束の間の気持ち良い季節、できるだけ上を向いて、お日様を浴びて、小さな喜びの種を拾いながらいきたいものです。難しいときもあるけど、せめてそう心がけて暮らしましょう、私たち。ではまた、次のお手紙で。

마키로부터 マキよ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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