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 시기도, 유잼 시기도 모두 필요한 법. 楽しくない時期も、楽しい時期もすべて必要だよな

Sep 9, 2024

#CULTURE

Written by Hana (Seoul)

비행기에서 본 후지산. 飛行機から見えた富士山

마키, 답장이 늦었어요. 잘 지내고 있나요? 

도쿄에 다녀온 지 벌써 두 달 가까이 지났다니 믿기지 않아요. 7월 도쿄행은 오로지 《아트 디렉터의 일-오오키 다쿠야와 하나모리 야스지》라는 전시를 보러 가겠다는 생각으로 비행기와 숙소를 단 30분 만에 정한 전혀 예정에 없던 여행이었어요. 그게 매일 37도가 넘는 폭염 속 여행이 될 줄이야. 그런데 더위에 지쳐서 제대로 여행하지 못했다고 느꼈는데 지금 생각하니 참 열심히 다녔더라고요. 마키와 다테이시 여행도 하고(비록 2시간 정도였지만), 전시도 두 개 정도는 보았고(너무 더울 때는 회화보다 직관적인 그래픽 작품이 더 낫다고 처음 발견), 킷사텐도 생각보다 많이 돌아다녔고(아, 킷사텐 연재 빨리 해야 하는데…). 

お返事遅くなってごめん。元気にしていますか?

東京の旅から帰ってきてもうそろそろ2ヶ月になるなんて、信じられない。7月の東京は、《アートディレクターの仕事―大貫卓也と花森安治》という展覧会が目的で、飛行機や宿をたった30分で決めた、完全に計画なしの旅行でした。それが毎日37度以上の炎天下での旅行になるとは。暑さに負けてヘトヘトでちゃんと旅行できてない気がしたのですが、今思うとそれなりにいろいろ見て回った旅行でした。マキと立石の旅もできたし(2時間だけの旅だったけど、笑)、展覧会も2つくらい観れたし(暑すぎる時は、絵画より直観的なグラフィックの作品が自分には合うことを初めて発見)、喫茶店も思ったより多く回れたし(喫茶店の連載も早く再開しないと、、汗)。

오키 다쿠야의 '시원한 풀장 있습니다' 광고가 담긴 팸플릿. 大貫卓也の「プール冷えてます」の広告が入っていたパンプレット

그런데 이번 도쿄 여행은 참 이상했어요. 뭔가 다른 때와는 다르게 모든 일에 시큰둥해서 스스로도 좀 이상하다 싶었지요. 그 이유를 전혀 몰랐는데 신주쿠에서 야림 님과 셋이 만났을 때 내 이런 상태를 들은 야림 님이 ‘노잼 시기’라고 해서 아, 그렇구나 싶었어요. 그러고 보니 올해는 줄곧 그랬던 것도 같아요. 특별하게 엄청 재미있다 하는 일도 없이 그저 일만 하며 흘러 흘러 온 듯한 느낌. 그렇다고 일이 하기 싫다는 또 그런 상태는 아니고 일은 좋고 할만 한데 뭔가 기분이 저기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근데 이런 노잼 시기는 지금까지 경험으로 그냥 내버려두는 게 낫더라고요. 해결하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나는 지금 노잼 시기에 돌입했구나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그냥 지나가기를 기다리면 회복이 된다고 할까. 그래서 지금은 다시 유잼 시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 사람은 늘 기분이 좋을 수만도 나쁠 수만도 없고, 매일이 늘 재미있을 수만도 없으니까요.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은 노잼 시기에 더해 의욕도 어딘가로 날아가버린 상태지만. 웃음)

でも、今回の東京での旅は、ちょっと変だった。なんか今までとは違って、何やっても気分が上がらないっていうか、ふーんていう感じで、自分でもちょっとおかしいなと。その理由は見当もつかなかったけど、久しぶりに新宿でヤリムさんと三人で会った時、私のこんな状態を聞いたヤリムさんが、何も楽しく感じない「ノジェム時期」と言って、そうかもと思いました。そういえば、今年はずっとそんな感じだったかも。特別にとても楽しいこともなく、ただただ仕事だけやって流れていた日々。それと言って、仕事やりたくない、っていう状態でもなく、仕事は好きで全然できるけど、気持ちだけが底辺にぐんと下がっている感じかな。でも、こういう何も楽しくない時期って、今までの経験上、放っておいた方が一番いい気がする。なんとかしようともがくよりは、今私は、そういう時期なんだなとそのまま受け入れて、ただ過ぎていくことを待っていると、いつしか回復する。なので、今はただ楽しい時期が来ることを待っているだけかな。人って、気分が悪いときも良いときもあるし、毎日楽しく過ごせるわけでもないから。(まあ、この手紙を書いている今は、その楽しくない時期に加えて、やる気もどこか行ってしまっているけど、笑)

지난 편지에서는 나한테 궁금한 게 많았지요(웃음). 먼저 우메보시 이야기를 해보면, 사실 나는 우메보시를 정말 좋아해서 한국에서도 자주 사서 밥 먹고 난 다음에 입가심으로, 간식으로도 먹어요. 도쿄로 여행을 가면 슈퍼에 가서 가장 먼저 사는 것도 여행 동안 먹을 우메보시와 낫토. 우메는 한국어로는 매실인데 매실이 소화에 좋다고 알려져 있어 옛날부터 설탕에 절여 장아찌로 만들어 먹거나 매실 원액을 물에 타먹기도 해요. 같은 식재료인데도 한국과 일본의 먹는 방법이 다른 점이 참 재미있어요. 우메보시 이야기를 했더니 시디신 우메보시가 생각에 침이 고이네요. 쓰읍. 

この間の手紙では、私への質問が多かったよね(笑)。 まず梅干しから。実は、私は梅干しが大好きで、韓国でも日本の梅干しはよく買って、ご飯の後のデザートとして、おやつとしても食べてるよ。東京に行くスーパーで一番最初に買うのも、旅行中に食べる梅干しと納豆。韓国でも梅は消化にいいと言われていて、昔から砂糖につけた漬物として作っておいて、おかずにする時は味付けして食べたり、そのシロップを水割りにして飲んだりもする。同じ食材なのに、韓国と日本は食べ方が違うって本当に面白い。梅干しの話をしていたら、酸っぱい梅干しが食べたくなってよだれが出るくらい。笑

사진은 우메보시와는 전혀 관련 없지만, 요즘 여행의 마지막 코스가 된 공항에서 먹는 라멘 시간. 写真は梅干しと全然関係ないけど、最近旅の最後の締めになっている空港でのラーメン時間。

이제 번역 이야기를 해볼까요. 내가 지금 번역을 하게 된 것은 아주 찰라에 했던 생각 덕분이었어요. 번역과 출판 편집 일을 하기 전에는 건축을 공부하고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했다는 것은 마키도 알고 있죠? 건축이나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본 잡지를 많이 접하는데 당시는 일본어를 전혀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잡지를 보아도 늘 시각적 이미지만 살펴볼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다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어요. 여기에 적힌 텍스트에는 더 많은 내용이 담겨 있겠지, 언젠가 일본어 번역가로 이 내용을 번역해보고 싶다. 참 웃기지 않아요? 그때는 일본어라고는 한 마디도 할 줄 모르고 히라가나만 겨우 읽을 수 있었는데 일본어 번역가라니. 아마 그때도 그런 내가 참 어이없어서 너 지금 무슨 소리하냐, 이랬을 거예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회사를 그만두고 1년만 있으려던 도쿄에서의 생활이 길어지면서 다음 스텝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 왔을 때, 당시 잡지를 보면서 일본어 번역가가 되면 좋겠다 생각했던 게 떠올랐어요. 참 신기하지 않아요. 정말 아주 찰라였는데 그 순간이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었다니. 그렇게 자연스럽게 통번역을 배울 수 있는 학교로 진학했어요. 그 이후 한국에 돌아와 첫 책이 나오기까지 지난한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지금 이렇게 감사하게도 번역가로서, 편집자로서 일하고 있어요. 그때부터인 것 같아요. 일본어의 ‘고토다마’나 한국 속담인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을 믿게 된 게. 그냥 혼자 마음 속으로 중얼거린 말이었는데 그 말에 혼이 담기고 씨앗이 되어 실현된 거니까요. 그런 경험들을 몇 번인가 하면서 인생이란 참 알 수 없다고 깨달았어요.

それから翻訳の話。私が今の翻訳の仕事に至ったのは、本当に一瞬よぎった考えからです。翻訳や編集の仕事の前に、建築を学んで、インテリア分野でお仕事していたのは、マキも知っているよね。建築やインテリアの仕事をしていると、自然と日本と雑誌を見る機会が多くなるけど、当時は日本語を全く知らなくて、いつも視覚的なイメージだけ見て参考にしていました。

そんなある日、一瞬こう思ったのです。「ここに書かれている文章にはもっと深い内容が含まれているはずだよね。いつか日本語の翻訳家になってこれを翻訳してみてもいいかもな」 本当におかしくない?当時は日本語も一言も喋れず、ひらがなをやっと読めるくらいだったのに、今何を言っているんだと自分でも呆れていたと思う。それが、時間が過ぎ、色々あって会社をやめ、日本に渡り、1年だけと思っていた東京での生活が長引いて、次のステップを考えないといけない時期が訪れた時、その時のことをふと思い出したのです。本当に不思議だよね。一瞬思ったことがまだ頭のどこかに残っていたなんて。そうやって、自然と通訳と翻訳の勉強ができる学校に進学しました。韓国に帰ってから翻訳家になる道のりは、決して簡単ではなかったし、初の翻訳書が出るまで何年もかかってしまったけど、今はありがたいことに翻訳家そして、編集者としてお仕事できて本当に良かったと思います。その時からかな、日本の「言霊」や、韓国の「言い出した言葉は、種になる」という言葉を信じるようになったのが。何も考えずに、独り言みたいに、心の中でこっそりつぶやいていた言葉が霊になり、種になって蒔かれたんだから。そして、似ているような経験を何回かするうちに、人生は本当にわからないもんだなと思うようになりました。

이렇게 하게 된 번역을 통해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그저 일본의 좋은 책을 발견했을 때 다른 사람들도 읽어보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뭉게뭉게 부풀어오르는 걸 보면 그 마음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 같기도 해요. 물론 거기에는 제 성취감도 있겠지요. 

또 한편으로는 번역을 해서 꼭 무언가를 이루어야 할까, 반대로 꼭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저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무언가를 이룬다는 의미를 떠나,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나름대로 힘들고 갈등하고 고민도 하는 시간을 지나게 되잖아요. 또 그 일을 하기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생기고요. 그런 상황들을 겪으며 그 일을 손에서 놓지 않고 조금이라도 어떻게든 지속한다면 그 시간들이 쌓여 자연스럽게 무언가가 결과로 나오는 것 아닐까요?

지금의 나는 그냥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다면, 좋은 책을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는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이건 어쩌면 자기 만족일 수 있는데 그것을 위해 조금 더 노력하고, 다양한 표현에 안테나를 세우고,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더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하죠.

ここまでして、私が翻訳で成し遂げたいものはなんだろうね。深く考えたことはないな。でも、ただ今まで日本の良い本を見つけると、この本を他の人たちにも読ませてやりたいという想いがもくもくと膨らむので、その想いだけでここまで来たような感じもします。もちろん、そこには、自分なりの満足感なども多少はあるだろうけど。

一方では翻訳をやることで必ず何かを成し遂げなければならないかな?逆に、必ず何かを成し遂げるために、それをやらないといけないのかな。私はそれはちょっと違う気がします。何かを成し遂げるという意味から離れて、何かをするためには、自分なりに辛くて葛藤したり、悩んだりする時もあるでしょう。また、ある時はそのために他の仕事に就かないといけない、自分ではどうしようもない時もある。それでも、それを手放さないで少しでもなんとか続けて行くと、その時間が積み重なって、自然と何かが結果として現れるのではないでしょうか。

今の私はただ好きなことを長くできれば、いい本を伝え続けることができたら、それで十分な気がする。もしかしたら、これは自己満足かもしれないけど、そのためにもう少し頑張って、いろいろな言葉などにアンテナを張って、敏感に反応したり、もっと勉強したいなとも思ったりもする。

더운 날 공원에서 테니스 연습을 하던 아저씨, 무슨 일이든 연습만이 살길. 暑い中、公園でひたすらテニスの練習をしていたおじさん、何事でもコツコツの練習だけが、コツ。

사실 나보다 엄청난 신념을 가지고 번역을 하시는 분이나, 번역에 그치지 않고 글도 잘 쓰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부럽기도 하고 나 자신이 초라해질 때도 있지만, 그래서 더 겸손하게 성실하게 해가야겠구나 생각해요. 

実は、私より高い信念を持って翻訳に取り組む方や、翻訳分野にとどまらず自分の言葉を素晴らしい文章で表現する方々を見ていると、本当に羨ましくて自分なんてと思えたりするけど、だからもっと謙虚で地道にやっていこうと思えたりもするかな。

뭔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편지가 길어졌네요. 한국은 드디어 가을이 오고 있는 듯한데 일본은 어떤가요? 낮기온도 조금 누그러들었고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해서 덥고 무거운 공기에서 드디어 해방된 듯해요. 올해 매미 울음 소리는 도쿄에서 처음 들었는데 어느새 그 소리도 잦아들었네요.

요즘 마키는 어떻게 지내요? 

なんか色々話していたらすごく長くなっちゃった。韓国はやっと秋が来た感じだけど、日本はどうかな。昼の気温も少しは和らいできたし、朝晩は涼しくもなって、暑くて重い空気からやっと開放された気分。今年のセミの鳴き声は東京で初めて聞いたけど、いつの間にかセミの声も聞こえなくなって来ました。

最近マキはどう過ごしてます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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