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조를 기다리며 보낸 시간들 그리고 『나의 누수 일지』満潮を待ちながら過ごした時間 そして『私の水漏れ日誌』

Aug 8, 2023

#여름과 책 #夏と本 #CULTURE #SEOUL

Written by Hana


연남동과 성산동 경계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는 ‘책방 밀물’. 이 책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름 때문이었습니다. 책방 이름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모래사장까지 가득 차오른 드넓은 파란 바다가 머릿속에 펼쳐졌거든요.

ヨンナムドンとソンサンドンの境界に静かに佇んでいる街の本屋さん「本屋ミルムル」。この本屋に興味を持つようになったきっかけは、満ち潮を意味するその屋号。本屋の名前が目に入るたびに、砂浜まで満ちてきた青い大海原が頭の中に広がって行きました。

벌써 며칠째 폭염경보가 이어지고 있던  날, 책방 밀물을 찾았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다정한 인사를 건네며 혹시 ‘하나 님이세요?’라고 묻는 책방지기님. 이름에서라도 바다가 느껴지는 여름의 책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했고, 최근에 책을 읽지 못하게 된 저에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책방 한 켠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만조를 기다리며’라는 프로그램을 신청해두었거든요.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도 되지만,  책방에 큐레이션된 책을 구매해 읽기로 했습니다. 

もう何日も猛暑日警報が続いていた日、本屋ミルムルに足を運びました。店内に入ると、優しい挨拶とともに、「ハナさんですか?」と問いかけてくるオーナーさん。名前だけでも海が感じられる夏の本屋で少し特別な時間を過ごしたい気持ちもあったし、最近本を読めなくなった私にいい機会だと思って、2時間の読書時間を楽しめるプログラム「満ち潮を待ちながら」に申し込んでおいたのです。読みたい本を持ち込んでもいいけど、せっかくなので本屋にある本を買って読んでみることに。

두 시간 동안 제 자리가 될 통창 자리에 짐을 두고 책장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여름을 닮은 책들’이라는 쓰인 여름 서가가 눈에 들어왔어요. 마치 저를 위해 준비라도 해 둔 것처럼 여름책들이 가득. 마침 읽고 싶었던 책, 오래전에 읽었지만 다시 읽고 싶은 책,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작가의 책, 낯선 시집 등을 골라 계산대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책방지기님이 제가 고른 책을 보시더니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오늘 아침에 즉흥적으로 여름 서가를 구성했는데 이렇게 여름 책만 쏙쏙 골라 주시니 정말 기뻐요!” 그 말에 저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았어요. 이런 멋진 우연이 발생하는 곳이 바로 동네 책방이죠. 

2時間ほどの間、自分の居場所になるガラス張りの席に荷物を置き、本棚を覗く。そして見つけたのが、「夏に似ている本たち」と書かれた夏の本棚。まさに私のために用意されたように、本棚には夏の本がいっぱい。その中から、ちょうど読みたかった本、昔読んだけどもう一度読みたい本、名前だけ知っていた作家の本、慣れない詩集などを選びレジへ。すると、オーナーさんが私にこう話しかけてきました。「今朝、ふと思いついて夏の本棚を作ったんですけど、こんなに選んでもらえるなんて、嬉しい。」その言葉でこっちまで嬉しい気持ちに。このような素敵な偶然が起きるのも街の本屋ならではですね。

책을 잔뜩 들고 자리에 오자 맛있는 커피와 함께 방울토마토, 책을 읽으며 마음에 드는 구절을 메모할 수 있는 종이가 연필과 함께 놓여 있었어요. 오랜만에 연필깎이를 돌돌 굴려 연필을 깎고 먼저 김신회 작가님이 쓴 파란 표지의 『나의 누수 일지』를 펼쳤습니다. 이 책은 윗집에서 발생한 누수로 피해를 입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주요 축을 이루고 있지만, 사실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어요. 

本をたくさん抱えて席につくと、美味しいコーヒーとプチトマト、そして読書の時間をより楽しめるメモ用紙や鉛筆が用意されていました。久しぶりに鉛筆削りをぐるぐる回して鉛筆を削り、一番最初に青い表紙のキム・シンフェイ著の『私の水漏れ日誌』を手に取る。この本は上の部屋で発生した水漏れの被害をうけ、それを解決するため奮闘する話が軸になっているけれど、それが全てではありませんでした。

매년 한 권의 책을 내던 이 책의 지은이는 팬데믹이 시작되며 찾아온 슬럼프로 글을 쓰지 못하는 날이 이어졌다고 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누수 사건을 겪으며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책에는 쓰지 못하는 날들의 괴로움, 일에 대한 마음, 여자 혼자 살아가는 어려움 등 가득 담겨 마치 누수된 물이 벽을 타고 번져가듯이 당시의 감정과 생각이 넘쳐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은 이런 문장으로 끝맺고 있었습니다.

“쓰다 보니 적어도 나는 살았다.” 

이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사실 저는 최근 몇 달동안 일에 치여서인지 아니면 활자에 질렸던 것인지 한 줄의 글도 제대로 읽을 수 없어 괴로웠어요. 그런데 만조를 기다리며 이 책에 빠져 있는 사이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다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있더라고요. 지은이의 저 말처럼, 저는 읽다 보니 적어도 살았네요.

毎年欠かさず本を出していた著者は、コロナ禍になってからスランプに陥って、文章を書けない日々が続いたそう。しかし、不思議とこの出来事で、再び文章を書けるようになったそうです。本全体には、水漏れした水が壁に染み込んで広がっていくように、書けない日々の苦しさ、仕事に対する気持ち、女一人で生きていく生きづらさなどの、当時の感情と思いが溢れていました。そして、最後はこう締めくくられていました。

「書いていたから、少なくとも私は生きることができた」

本の中の状況とは比べるものでもないけれど、私自身、ここ最近仕事に追われていて、活字に飽きてしまったのか、本を一行も読めない日々がずっと続いていました。それがとても苦しかった。でも、満ち潮を待ちながら本に引き込まれているうちに、いつの間にか不思議と本を読めるようになっていたのです。まさに、著者が書きながら生きることを思い出したように。

책을 읽으며 책방 밖에 놓인 벤치에 사람들이 쉬었다 가는 모습을 좇거나 초록과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서 오랜만에 평온한 독서 시간을 보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날 읽지 못한 책들은 다시 부활한 저의 독서 시간을 채우는 좋은 친구가 되겠지요.

가을의 독서 시간이 무언가 분명하고 선명한 느낌이라면 여름의 그것은 나른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쨍쨍 내리쬐는 햇빛과 끈적하고 미지근한 공기를 몸에 휘감고 마음에 드는 책을 읽는 시간. 그러다 마음에 닿는 문장이라도 발견하면 그 문장이 그대로 몸 안으로 스며드는 듯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여름 책과 만나 어떤 문장에 스며들고 있나요? 

本を読みながら、本屋の外に置かれているベンチで人々が足を止めて少し休んで帰る姿を見たり、窓から見える緑や青空を眺めたりして、久しぶりに和やかな読書時間を過ごせました。この日に読めなかった本たちは、もう一度復活した私の読書時間の、いい友になってくれるはず。

秋の本の時間は何だかはっきりしていて鮮明な感じ。でも、夏のそれは、柔らかくて気だるい時間に感じる。カンカンと照り注ぐ日差しや、蒸し暑くて生ぬるい空気に包まれて、好きな本を読む時間。そして、心に染みる言葉でも見つけたら、その言葉がそのまま身体の中に染み込んでいく。皆さんは、どんな夏の本と出会い、どんな言葉が染み込んでいますか?


INFORMATION

책방 밀물 - 本屋ミルムル

연남동 끝자락, 성산동 초입에 있는 동네 책방이다. 빨간 벽돌과 하얀 벽, 통창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책방이다. 밀물이라는 책방 이름처럼 책방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때를 기다리며 그때그때 필요한 책을 만나 읽고 썼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책방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ヨンナムドンの端っこ、ソンサンドンが始まる場所にある街の本屋さん。赤レンガと白い壁、ガラス張りの窓が気持ち良いところ。満ち潮を意味するその名前のように、この場所を訪れるお客さんがみんな自分だけの満ち潮を待ちながら、その時々に必要な本と出会い、読んで書く日常を営んでほしいという願いが込められた本屋で、様々なプログラムも企画している。

https://www.instagram.com/milmulbooks


영업 시간: 13:00-20:00, 월요일 휴무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미산로15길 37 1층

営業時間:13:00-20:00 定休日:月曜日

住所:ソウル麻浦区ソンミサンロ15キル371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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