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마음은 좋아하는 것으로 차곡차곡 - 空っぽになった心には好きなことを少しずつ

Sep 26, 2022

#가을쉼표 #秋の休止符 #CULTURE #LIFESTYLE #SEOUL

Written by Hana

더운 여름이 끝날 것 같지 않았던 8월.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한동안 강제(?) 휴식을 취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9월이더라고요. 계절의 공기가 바뀌는 것도 느끼지 못하고 오랜만에 나온 세상에는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바쁠 때는 그 속도와 기세에 어떻게든 살아가는데 그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저 자신이 텅 빈 듯한 시기를 맞습니다. 이번에는 코로나까지 겹쳐 체력도 머리도 다 소진한 느낌. 이런 때는 우울해지기 쉬워요. 그래서 텅 빈 제 안에 한 겹 한 겹 좋아하는 일을 쌓기로 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일은 전시 보기와 산책. 마침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에도도쿄박물관과의 국제교류전으로, 좋아하는 우키요에를 볼 수 있는 <스미다강-에도시대 도시풍경> 전이 열리고 있었어요. 에도는 도쿄의 옛 이름. 지난번에 마키가 도쿄에서 한국의 미와 만났다면, 저는 이번에 서울에서 일본의 미와 만난 셈이네요.

暑い夏が終わる気配もなかった8月、コロナにかかってしまいました。強制的(?)にお休みすることになり、気づいたらもう9月。季節の空気が変わることも感じられず、いつの間にか世界には涼しい秋風が吹いていました。目まぐるしく忙しい時は、勢いで何とか乗り越えたりしますが、その時間が終わると、いつも自分が空っぽになっていることに気づきます。今回は、コロナのこともあって、体力も頭も完全に燃やされた気分。こんな時は憂鬱になりがち。空っぽになってしまった自分の中に好きなことを一つずつ重ねていくことにしました。一番最初に浮かんだのは、展覧会と散歩。ちょうどソウル歴史博物館では、江戸東京博物館との国際交流展として、好きな浮世絵が見れる「隅田川ー江戸時代の都市風景」展が開かれていました。この間、マキが東京で韓国の美と会っていたとしたら、今回は私がソウルで日本の美に会うことに。

출근 시간이 지났을 무렵 시청역에 내렸습니다. 덕수궁길과 정동길을 산책하며 천천히 서울역사박물관으로 향하고 싶었어요. 정동길은 덕수궁 돌담길과 오래된 근대 건물들이 어우러진 고즈넉한 곳. 복잡한 거리에서 한 발짝 들어서자 덕수궁 돌담이 이어지는 길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돌담에는 나무 그림자와 가을 햇살이 바람에 흔들흔들. 아름답고 고요한 풍경 속에서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걷습니다. 작은 광장을 지나자 빨간 벽돌의 근대 건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옛 모습을 간직한 극장, 교회, 학교 건물들. 높은 건물들 틈에 있으면 항상 바짝 긴장해 있는데 낮은 건물들에 시야가 탁 트이니 긴장이 쓱 풀립니다. 

出勤ラッシュが過ぎた頃、市庁駅で降ります。徳寿宮石垣道(トルダムキル)や貞洞道(チョンドンキル)をゆっくり散歩しながらソウル歴史博物館に向かうためでした。貞洞道は、徳寿宮石垣道と古い近代の建物が混ざり合った趣のある場所。賑やかな街から一歩踏み入ると、徳寿宮石垣がどこまでも続きます。石垣には木の影と秋の木漏れ日が風でゆらゆら。きれいで静かな風景の中を風にかさかさ揺れる木の葉の音を聞きながら、ゆっくり歩きます。小さな広場に出ると、赤いレンガの近代の建物が目に入る。昔の趣がそのまま残っている劇場や教会、学校。高い建物の中にいるといつも緊張状態が続くけど、低い建物で視界が開けて、緊張がほぐされる。

길게 이어진 정동길에는 서울의 나무인 은행나무가 쭉 심겨 있다. 바닥에 벌써 우수수 떨어져 있는 은행들이 가을이 오고 있다고 알려준다.

長く続く貞洞道には、ソウルの木である銀杏の木が植えられている。道にパラパラと落ちている銀杏が秋が来ていることを教えてくれる。

좋아하는 샌드위치 가게 ‘르풀’. 날씨가 좋아 밖에서 브런치는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好きなサンドイッチのお店「LePul」。秋晴れだったので、外でブランチを楽しむ人でいっぱい。

반짝이는 정동길을 지나 서울역사박물관 옆 공원으로 접어들었어요. 그러자 갑자기 자그마한 친구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침 어린이집 산책 시간이었는지 아이들이 선생님 손을 잡고 나란히 걷고 있었어요.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산책의 매력이라면 예상하지 못한 우연의 순간과 만나게 해준다는 것이겠지요.

秋の日差しでキラキラ光っている貞洞道を歩き、ソウル歴史博物館のわきにある公園に入ります。そうしたら、急に小さな子たちが目に入ってきました。ちょうど保育園の散歩の時間だったのか、子どもたちが先生と手をつないで、歩いていたのです。とても愛らしい。予想していなかった偶然の瞬間に会わせてくれる。これが散歩の魅力。

이번 <스미다강-에도시대 도시풍경> 전시는 에도가 도쿄라는 도시로 변모해가는 시대의 풍경과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스미다강을 중심으로 담겨 있었어요. 스미다강은 도쿄의 도시 하천으로 서울의 한강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크기는 중랑천 정도. 목판화 우키요에로 유명한 가쓰시카 호쿠사이나 우타가와 도요쿠니 등의 선명한 색채의 작품이나 소박한 색감의 민화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도시의 계절을 그림으로 느낄 수 있어 흥미로웠어요. 스미다강 강변에서 벚꽃놀이를 하고 불꽃놀이를 보고 반딧불을 감상하고 눈 덮인 강변을 조심조심 걷는 일상의 모습들.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의 표정과 색감이 살아 있는 그림을 보다 보니 저도 그때로 건너가 함께 계절을 맞이하고 변해가는 도시를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상쾌한 가을날, 오래된 건물들이 남아 있는 지금의 서울 거리를 걷고 과거 에도의 풍경을 보고 나오니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박물관을 경계로 현대와 과거 두 시대를 오가며 산책한 것 같다고 할까요. 

今回の「隅田川―江戸時代の都市風景」展は、江戸という街が東京という都市に変化していく時代の都市風景と人々の生活を、隅田川を中心に紹介するもの。。木版画の浮世絵で有名な葛飾北斎や歌川広重などが描いた、色鮮やかな作品や素朴な民画もたくさん展示されていました。特に都市の季節を絵で感じられて、とてもよかったです。隅田川の河川敷でお花見をしたり、花火をみたり、蛍の光を鑑賞したり、雪の積もった川辺を恐る恐る歩くような日常の姿。その時代を生きていた人々の表情と色が生き生きしている絵を見ていたら、私までその時代に飛んでいき、一緒にその季節を迎え、変化していく都市の姿を眺めているような気分になりました。爽やかな秋晴れの日、古い建物が残っている今のソウルの街を歩き、また過去の江戸の風景をみて出ると不思議な気分になりました。博物館を境に現代と過去、二つの時代を行き来しながら散歩した気分とでも言いますか。

일상은 잔잔한 강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느 날처럼 흘러가다가 작은 돌이라도 하나 떨어지면 파문이 일고 물결이 일렁이지요. 일상에 코로나라는 돌이 하나 던져져 몸의 감각이 이상해지고 갑작스러운 멈춤에 혼자만 뒤에 남겨지는 듯해 마음이 요동쳤습니다. 하지만 파동이 멀리 퍼질수록 잠잠해지듯이 마음의 파동도 조금씩 잦아들고 있어요. 잔잔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 지금. 좋아하는 것으로 비어 있는 곳을 차곡차곡 쌓으며 올가을은 조금 오래 걸어보자 생각합니다. 그럴 때도 있지 하고 자신에게 주문을 걸면서.

日常は穏やかな川みたい。いつものように流れていても、小石でも落ちてきたら、それを中心に波紋が広がり、波が立つ。小さい、大きいとは関係なく。日常にコロナという小石が急に落ち、体の感覚がおかしくなり、急ブレーキがかかってしまいました。それに体だけではなく心までむしばまれ、一人だけ取り残された気分で、心にも激しい波が立ってしまう。でも、波動が遠く広がるにつれ収まっていくように、心の波動もすこしずつ静まっています。穏やかな日常に戻ってきている今。好きなことで空っぽになっている心と体を満たしながら、この秋を少し長く歩いてみたいと思います。こんな時もあるさと自分に言い聞かせながら。


INFORMATION

서울역사박물관 - ソウル歴史博物館

2002년에 개관해 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정리해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도시 서울의 역사를 담고 있다. 서울의 역사와 기억을 저장하고 같은 시대를 사는 시민들에게 공유하며 이를 다음 세대에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2002年に開館し、朝鮮時代から現代にいたるまでのソウルの歴史と文化を紹介する博物館で、都市ソウルの歴史が盛り込まれている。ソウルの歴史と記憶を保存し、同じ時代を生きている市民に共有して、また次の時代に繋ぐ役割をしている。

https://museum.seoul.go.kr/www/NR_index.do?sso=ok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 55 서울역사박물관 / 住所:ソウル特別市 鐘路区 セムナン路 55

교통: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7번 출구 도보 8분 / アクセス:地下鉄5号線光化門駅 7番出口 徒歩8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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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색으로 물들어가는 서울의 풍경을 찾아서 - 秋色に染まっていくソウルの風景を求め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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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차와 화과자로 잠시 휴식.- 日本茶と和菓子でひとやす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