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똑같은 스탬프를 찍는 듯한 제자리걸음의 날들이어도 毎日同じスタンプを押しているような、足踏みの日々でも

Feb 28, 2024

#CULTURE

Written by Hana (SEOUL)

답장이 많이 늦었어요. 잘 지내고 있어요? 

올 겨울은 유난히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이 많아요. 편지를 쓰는 지금도 밖은 잔뜩 어둡고 비가 추적추적. 벌써 며칠째 내리는 비에 질려서 ‘여기가 영국도 아니고!’ 하는 생각이 절로 났어요. 모든 것을 꽝꽝 얼려버릴 만큼 차갑고 투명한 날씨도 겨울의 즐거움인데 이번 겨울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네요. 

1月のお手紙から、随分返事が遅くなってしまいました。元気にしていますか?

今年の冬は、お天気が晴れない日が多い気がします。お手紙を書いている今も、外はうす暗くて、雨もしとしと。何日も続いている雨でうんざりして、もう、イギリスでもあるまいし!すべてきんきんに凍りそうな冷たくて透明な天気も冬の醍醐味なのに、そんな日は指で数えるくらいです。


괜히 날씨 탓을 하고 싶을 정도로 나는 연말부터 계속 침울했어요. 바로 요즘 날씨처럼 낮게 잔뜩 낀 구름이 나까지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감사하게 일도 (아직까지는) 꾸준히 있고 재미있는데 이상하게 기분은 신바람이 나지 않았어요.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준비하고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일하다 돌아오는 일상. 늘 똑같은 스탬프를 찍고 있는 듯한 날들이 흘러가고 있었죠. 그런 와중에 마키의 편지를 받았어요. 연말연시를 즐겁고 의미 있게 잘 보내면서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겠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마키의 편지.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이상하게 우울하더라고요. 마키의 일상에 비해 내 일상이 너무 지루하게 느껴졌거든요. 좋아하는 친구의 편안하고 즐거운 일상을 보고 솔직하게 좋아하지 못하다니. 나란 사람이 너무 못나고 뒤틀려 보여 그런 자신이 더 싫어졌어요.

なんでもかんでもお天気のせいにしたくなるくらい、なんだか私は年末くらいからずっと気分が晴れないでいます。まさに、最近のお天気のようで、低くどんよりした雲に押しつぶされそうな感じ。ありがたいことに仕事も(今は)あるし、楽しくやっているのに、なんだか気分が乗らない。毎日同じ時間に起き、身支度を済ませ、図書館やカフェで仕事をこなし、帰ってくる日常。ずっと同じスタンプを押しているような日々が過ぎていく。そんな中、マキからのお手紙が届きました。年末年始を楽しく有意義に過ごし、今年をどう過ごしたいのか希望を話すマキのお手紙。しかし、どういうわけなのか、私は落ち込むばかり。マキの日常に比べて、私の日常はつまらなくてしょうがない。好きな友達の安らかで楽しい日常に、素直に喜べないなんて。そしたら、自分がどんだけ惨めで、皮肉な人間なのか自分がもっと嫌になってしまいました。


그러던 어느 날의 늦은 밤, 하루 종일 원고와 씨름하다가 오늘은 무조건 맥주다 싶어서 편의점에 갔어요. 맥주와 안주를 주머니 가득 채우고 걷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싱숭생숭하고 답답하더라고요. 순간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면서 불쑥 이렇게 말했어요.

“왜 이러고 사는지 모르겠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내 귀로 들어오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 바로 취소, 취소했어요. 나는 분명 어느 시절 간절히 바랐던 삶을 살고 있는데 이런 불평을 아무렇지 않게 하다니. 물론 내가 선택한 인생이라 해도,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도 항상 좋을 수만은 없고 불평불만도 하게 되지요. 그게 사람이니까. 하지만 진심이 아닐 이 한 마디에 지금 내가 누리는 일상이 연기처럼 사라질 것 같았어요.

そんなある日の遅い夜、一日ずっと原稿に頭を抱え、今日は何があってもビールを飲むぞと、コンビニへ向かいました。ビールとおつまみをダウンのポケットにいっぱいつめて歩いていると、なんだか気持ちがもやもやしてきて、息が詰まる。その瞬間、心ならずも大きなため息をつき、こんな言葉が口を滑りました。

『私の人生って、なんでこうなっちゃったんだろう』

思いもよらなかった自分の言葉が、耳に飛び込んできた瞬間、恐ろしくなって、違う、違う、そうじゃないとすぐ言い直しました。自分が心からずっと望んでいた人生を送っているはずなのに、こんな言葉を軽々しく口にするなんて。もちろん自分が選択した人生であっても、好きな仕事をしていても、いつも楽しいわけでもないし、不満や愚痴も出てくる。それが人間だから。でも、本音ではないこの言葉で、今私が送っているこの日常が煙のように消えてしまいそうだったのです。


도대체 요즘 왜 이렇게 마음이 뿌옇기만 할까? 이런 마음의 정체가 무엇일까? 한동안 생각하다 어렴풋이 정답이 떠올랐어요. 불안이었어요. 그것도 서서히 잠식하는 불안. 그러면서 작년 이맘때를 떠올려보았죠. 그때는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 불안 따위 느낄 여유(?)가 없었어요. 매일 헉헉대는 나에게 주변에서 일이 많아 힘들겠다고 하면, 한꺼번에 몰려서 그렇지 내년에도 이러리라는 보장은 없어서 불안하다는 이상한 말로 대답했던 것 같아요. 그때 내년에도 재미있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하면서 긍정적인 말로 대답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에는 혼이 담기는 법인데 이런 마음이 어딘가에 있었으니 지금 불안에 빠진 것도 당연하죠. 

なんで、こんなに曇ったままの心が続いているのか。こんな気持ちの正体は何なのか。すっと考えました。そして、答えが浮かんできました。不安だったのです。しかも、ゆっくり沈み込んでいく不安。去年の今頃を思い出してみる。その時は、忙しすぎて、不安など考える余裕(?)なんかなかった。毎日息が切れるように過ごしている私に周りの人が、仕事大変だねと声をかけると、たまたま同じ時期に重なっただけで、来年もこうとは限らないよと不安げな変な言葉で返していました。その時、来年も楽しい仕事がたくさんあったらいいですねと前向きな言葉で返せればよかったのに。言霊という言葉もあるのに、心のどこかでこう思っていたので、今不安にさらされているのも、無理もない。

이런 불안은 너무 규칙적으로만 생활하는 데서 오는 답답함, 지루함도 일조하는 듯해요. 마키는 나를 두고 계획적이라고 했지만, 사실 나는 엄청 즉흥적으로 행동하기를 좋아해요. 계획적으로 보이는 데는 순전히 일 때문. 누가 갑자기 만나자고 연락하면 좋다고 뛰쳐나가고, 발길 닿는 대로 거리를 걷는 것도 좋아해요. 이렇게 쓰다보니 어쩌면 나는 그런 자극과 새로움이 충족되어야 일도 일상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인데 줄곧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 같네요. 그리고 어쩌면 ‘-이면 어떡하지’라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갖혀 있는 듯도 해요.

今回の不安は、規則正しくしすぎた生活からくる息詰まりやつまらなさも原因だと思います。マキは、私が計画的な人だと言っていたけど、実は私はとても思いつきの行動を取るのが好きな人です。計画的に見えるのは、仕事のおかげ。誰かからの急なお誘いも、喜んで飛び出て行くし、足の向くまま街を歩くのも好き。私は、そういう思いつきの行動や新しい何かを吸収し、それを燃料として仕事も日常も維持できる人かもしれない。でも、ずっとそうできなかった。そして、今ではなく、「~だったらどうしよう」のまだ来てない未来に囚われているのかもしれない。


바꾸어 생각해보면 늘 신바람이 난 상태로 있는 것도 이상하죠. 신바람이라고 했지만, 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하이텐션일지도 몰라요. 작년에는 정신없이 흘러가는 날들을 줄곧 이 상태로 달렸어요. 그런데 만약 그런 마음 상태가 올해까지 이어졌다면 지쳐서 나가떨어졌겠지요. 그러니 지금은 불안도 불안이지만, 거기에서 벗어나 본래의 기분으로 되돌아가면서 다음 단계로 향하기 위한 ‘제자리걸음 기간’일지도.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불안에서 스스로 벗어나기 위해 부담이 없는 선에서 무언가를 작고 새롭게 시작해보아도 좋겠다 생각도 들어요. 마키가 작은 일을 매일 하듯이. 그러고 보니 그동안 새로운 무언가를 전혀 하지 않았네요. 답은 언제나 내 안에 있고 아주 단순한 것. 결국 나를 살리고 죽이는 것도 나 자신이니 작게라도 움직이면 뭐라도 도움이 될 듯 싶어요. 이렇게 쓰다 보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네요(웃음). 

逆に絶好調の気分でずっといるのも変だよね。絶好調の気分っていうか、得体のしれない変なハイテンションなのかもしれない。去年は、目まぐるしい日々をずっとハイテンションで駆け抜けていた気もする。もしこれが今年まで続いていたら、ヘトヘトになっていたにちがいない。なので、今は不安も不安だけど、そこから離れ、本来の自分の気持ちに戻りつつ、次のステップに向かうための足踏みの期間なのかもしれない。そして、今までそうしてきたように、不安から少しずつ抜け出すため、なにかささやかなことでも負担のない範囲で新しくやってみるのもいいのではと思いました。マキが小さなことを毎日重ねていくように。そういえば、最近は新しい何かを全くしてないな。答えはいつも自分の中にあるし、至ってシンプル。結局、自分を生かすのも殺すのも自分。なんか、こう書いている内、少し心が軽くなった(笑)。


사실 기분이 바닥 언저리에 모여 있어 마키의 편지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망설였어요. 답이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기 보다 어떻게든 밝은 이야기를 찾아내 답장을 쓸까 했어요. 그런데 그냥 이렇게 친구나 질투하고 불안에 떠는 나도 나. 마키에게는 솔직하게 보여주자 싶었어요.

매달 챙겨보는 타로 운세에서 3월에는 괜찮아질 거라고 하고, 일주일 넘게 고생했던 입술 헤르페스도 나아가고 있으니 뭐 어떻게든 되겠지요(줄곧 어두운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은 주제에 이렇게 끝내다니, 웃음). 

実は、気分が沈んで足元に漂っているようで、マキのお手紙にどう返事すればいいかすごく悩みました。答えのない話を並べるより、なんとか明るい話題を放り出して、返事しようかとも思った。でも、友人に嫉妬したり、不安で溺れそうな私も私。マキには、素直に見せようと。

毎月チェエクするするタロット占いでは、3月からは良くなるよと言っていたし、一週間以上苦しませていた唇のヘルペスも治ってきています。なので、まあ、なんとかなるかな (散々暗い話ばっかり並べていたくせに、この締めくくりはなんだ笑)。


어디에도 가지 않고 일만 해서 찍은 사진도 없지만, 오랜만에 햇살이 비추었던 날, 기분 좋게 일광욕을 하던 고양이의 사진을 보내요(계속 구름이 잔뜩 낀 날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맑았던 날도 있었네요. 내 마음이 그저 보고 있지 않았을 뿐).

何ヶ月どこにも行かず本当に仕事ばっかりしていて、写真もあんまり撮ってないけど、久しぶりに気持ちよく晴れた日、気持ちよさそうに日向ぼっこをしていた猫の写真を送ります。(ずっと曇ってばっかりしていたと思ったけど、晴れた日もあったんだな。私の心が見ようとしなかっただけかも)


드디어 갈매기 자매의 편지가 다시 시작되었네요. 그런 첫 답장이 너무 어두워서 미안해요.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항상 마음도 몸도 건강하게 잘 지내요.

やっとかもめ姉妹のお手紙が再開しましたね。そんな初のお返事がこんなに暗くてごめんね。これからも、よろしくおねがいします。

いつも心も体も元気で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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